바다의 언어
김영교
아버지는 바다
나는 작은 배
말씀의 바다에 떠있다
바다의 함성을 들어 보았는가
부드러운 몸을 부딪치며 주고받는 필사의 언어들
살아있어
해초도 물고기도 함께 출렁인다
함께 출렁이지 않아
힘든 지난 세월
목말라 넘어지고
곤하여 쓸어 질 때
덮쳐오는 파도
시야에는 세상보다 더 큰 아버지 바다 뿐
회개의 닻, 눈물에 젖은 갑판
핏빛 노을 고은 저녁
계시록의 두루마리 처음과 끝
그 바닷가에 서면
내 영혼에
무수히 박힌 더러운 죄의 모래알들
물과 바람이 달려와 씻기고 말려
골수 깊이 하얗게 표백 시킨다
오늘도
바다는 출렁이는 언어의 그물로
생명의 뱃길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