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4월의 문턱입니다.
노오란 산수유가 흩뿌려져 있는
남도의 화사한 능선의 풍광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그 남도 어디쯤에
우뚝 자리 잡은 보리암 암자에서
내려다 보이는 탁뜨인 한려수도가 아련히 그립습니다.
뛰뜰에 오렌지가 주렁주렁 탐스러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틈새 그 열매 사이로 눈꽃처럼 하얗게
새꽃봉우리들을 머금고 봄을 분주히 맞고 있었습니다.
서둘러 그 묵직한 열매들을 따 주었습니다.
새순의 자리를 내어 주려고.
비워야만 채워질 수 있다는 단순한 삶의 진리를
늘 자연에게서 깨우치곤 합니다.
하찮은, 아니 이름도 모를 풀잎 조차도
자기 몫을 어찌 살아야 하는
생명의 질서를 거역하지 않건만,
인간만이 그를 거역하려고 늘 미련을 떨며
사는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자연은 늘 삶의 선생님입니다.
그 잣대를 제게 대어 봅니다.
집착 없이 내 몫을 다하며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반문에 선뜻 자신이 서질않습니다..
비우는 법을 더 절실히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깨우치고,
찾아내는 일 같습니다.
생을 다 할 때까지 끝없이 알아가는 여정-
인연을 알아 가고,
진리를 느껴가며,
모든 것과의 그 만남으로
자기 삷을 채워 가는 몸짓...
4월은 더욱 다지고, 채우며 살아가겠습니다.
4월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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