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서울 광화문에 ‘구미호(九尾狐)’로 속칭되는
시골 학교 운동장만한 다방이 있었고...
그 다방 마담의 별명이 구미호요~
드나드는 아홉 손님에게 동시 추파를 던진다 해, 얻은 별명이다.
좌우 눈을 각기 다르게 윙크하고, 두 손 두 무릎으로 슬쩍
네 손님의 몸에 대고, 입과 허리와 엉덩이로 나머지 세 손님을
관리하는 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애교가 전달된다.
이렇게 표변 잘하는 것을 여우라 하고...
여우 가운데 백여우가 더 여우요, 백여우보다 한 수 위가
불여우이며 변신으로써 도가 틔인 여우가 구미호다.
동물 가운데 변신•변덕•변심뿐 아니라 교활하고 위선•기만•
아첨•약은 꾀 잘 부리는 사람을 남녀간에 여우라 한다.
의자왕 때 여우 떼가 왕궁에 침입한 것이 망국의 조짐이었고,
고려 태조의 할아버지 작제건의 바닷길을 짙은 안개가 방해하니,
활로 쏘았더니 늙은 여우가 죽어 떨어졌다는 등…
여우는 동서 할 것 없이 불길의 조짐이다.
D H 로렌스의 ‘여우’는, 미남 미녀로 둔갑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이간질 한다는 줄거리다.
여우 울음소리가 아기 울음소리와 흡사하며, 덫이 발견되면 이를
제거하여 땅에 묻거나 벼랑 밑으로 던져버릴 만큼 영리하여,
둔갑 이미지를 씌운 것 일게다.
여우가 남자보다 여자로 잘 둔갑하는 것은, 남성 위주의
전통사회에서 부정적인 여우 이미지인지라, 이를 전가시킨 것
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하여 멸종의 길을 더듬어온 데다, 여우 목도리를 두르고
여우 국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면, 마음먹은 이성을 끄는 사랑의
묘약이라 하여 남획으로 멸종을 가속시켜왔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지 26년 만에 강원도 양구에서 사체로
발견되어 그 사인을 조사해왔다.
국립 환경연구원에서는 이 여우의 죽음에서, 야생동물을
멸종시켜온 생태계의 비밀이라도 잡고자 부검까지 했지만,
그 사인은 오리무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표변을 일삼고 변심•변덕•아부•위선을 해야 출세하고 돈 버는 것
으로 아는 현대인이, 여우 기운을 모조리 쓸어 가도 모자라서...?
비무장지대에서 명맥만을 잇고 있는, 한두 마리 여우마저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