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가 남긴 글 중에서

by 김영교 posted Jul 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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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히려 고정관념이지만 과거는 추억으로 인해 훨씬 더 유동적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나이 들면서 점차 실감나는 요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빈칸을 메우며 내 인생이 조금씩 정리되는 듯 한 느낌이 든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한 뜻밖의 것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훌륭하게 산 친구들을 재발견하면서 절로 겸허해지는 마음. 과거를 돌아보며 추억 속에서 이렇게 귀한 보물을 건져낼 수 있는 것도 나이 먹음의 보람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까지 잊고 지냈던 멋있는 친구들의 재발견에서 오는 즐거움은 내가 동창회보를 꾸미면서 느끼고 얻은 것과 같은 심정이어서 더욱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었다. “얘 나이 먹으면 나이 먹은 사람답게 좀 어수룩하고 실수도 해야 사는 맛이 나는 거다. 제 나이 생각도 안하고 너무 똑똑하고 완벽하면 정나미 떨어지잖아. 인생을 그런 걱정으로 세월 보내기엔 너무 짧으니라.” 이런 말은 자기 스스로에게 위로한 말이라고 하지만 육십이 넘으면 평준화되는 것이 많더니만 기억력도 평준화된 우리들에게 공감되는 이야기를 속삭이듯 말해 주었다. ⌜“주님, 제가 천천히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제가 인생의 변치 않는 가치에 깊이 뿌리내려 보다 큰 운명의 별을 향해 자라나게 하소서” 하루하루를 맹목적으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자기를 채찍질하면서도 “주님 저를 빠르게 해 주세요. 이러다가 늙은 느티나무처럼 저도 발밑에 뿌리가 생기지 않을까 모르겠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전혀 영양가 없는 게임에 푹 빠져 시간낭비 하는 자신을 일깨우면서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살다가간 이쁜(美) 아이(子)는 벌써 오래 전에 떠날 마음의 준비를 했는가 보다. 그“아이”는“느리게도 빠르게도 좋지만 나는 가볍게 살게도 해 주십사” 하고 기도한다. “성취한 것이 별로 없는 나는 가벼운 웃음은 어떨가? 나를 생각하면 웃음이 떠오르는 그런 사람, 그런 삶을 살다 가고 싶다.” ⌟ 이런 글을 써 놓고 갔다.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또 매일 기도하고 싶은 기도문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그녀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것은 그녀의 마음을 솔직하게 옮겨 놓은 좋은 글 때문일 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