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식의 <뉴 오리언즈에 가서>

by 김영교 posted Dec 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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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에 가서" 뉴올리언즈에 가서 미시시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훼리를 타면, 잠간사이 도착하는 알지어 섬 토박이사람들, 40년간 한 자리에서 일하는 이발사는 오래된 단골들이 지금도 배를 타고 건너 온다고 자랑하지만, 강 건너 도시의 불빛에 의지하여 살아온 그의 일생은 군청색 미시시피 강물 색갈만큼이나 우울하긴해도 맑다. 뚝방에는 유명했던 재즈의 거장들을 가로등마다 기념하는 얘기와 이름이 팻말에 써 있었지만, 누군가가 가져가느라 깨어진 등잔 유리 파편과, 팻말 없어진 자리에 흐르는 느슨한 음률...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틀에 메이지않으며, 추억하고 뉘우치는 그리하여 헌신에 이르는 재즈 프리저베이션 홀의 두 개의 창문사이로 비치는 불빛. 긴 나무의자에 빼곡하게 앉아서 듣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식처럼 트럼펫을 부는 악사, 후렌치 쿼터의 300년 된 헌 건물을 뜯어내면서, 오래동안 뭉쳐있던 벌레먹은 서까래 등걸을 꺼내보이는 목수의 거친 솜씨로 울려퍼지는 선율은 오늘도 밤이 새도록 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