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아버지 바다> 김영교

by 김영교 posted Jul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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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버지 바다 / 김영교 (7/4/09 final editing)


넓은 바다에
섬 하나 떠 있다

머언 남쪽 나라를 건너오는
바람 높은 계절이 되면
바다는 남빛과 진초록의 옷을 갈아입는다

섬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발목을 철석이는 바닷물의 희유에
어깨를 들먹이며
해초들과 함께 고개를 든다

별밤이
깊은 바다 그 품으로 끌어들이면
섬의 숲도
둘러싼 물빛도
피부와 내장까지도 초록 물이 든다
말과 생각까지도

파도에 흔들리다가
밀려오는 해조음하나 건져 올리면
바다 속에 내가 안기고
내 안에 바다가 들어와
다시 떠오르는 섬

바다가 없으면 섬은 섬이 아니다
펄펄 살아있는 자아를 바닷물에 절일때
출렁대는 긍휼

이제
내 뜻대로는 아무 것도 없고
물결 따라 엎드리는 나는
아버지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