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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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7 13:51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조회 수 579 추천 수 7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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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이 월란





오랜만에 딸과의 데이트
그동안 피터지게 싸운 혈전의 잠정적인 휴전파티
그녀는 내게 가장 높은 산이었고
가장 거친 파도였다

그녀는 요즘 인조 속눈썹을 붙이고 다닌다
엘모인형같은 서양아이들의 긴 속눈썹이 만드는
짙은 그늘이 부러워 매일 소화가 안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난 이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넘지 못할 산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후에
밀려오는 시퍼런 물살에 몇 번 까무라친 후에
비로소

날 할퀴던 그 손톱이 부러질까 더 걱정하는
내 이름은 엄마였다
나의 피붙이가 갑자기 눈물겹도록 사무쳐
그녀의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싼다

갑자기 질겁을 하며
그녀의 입술이 전하는 신중한 경고문
엄마가 내 또래로 보인대잖아
엄마가 날 만지면 우린 레즈비언이야
밖에선 제발 건드리지 마세요

간들거리며 멀어지는 그녀의 뒷통수에
흘겨 꽂히는 내 눈동자
무안함 속에 찔끔 나왔던 눈물이
환희의 눈물로 둔갑한 뒤 쏙 들어간다

강한자여 그대 이름은
어머니
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세월 앞에 무릎 꿇고도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하는

그대
아름다운 그대 이름은
여자였다고
                        
                                 2006-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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