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2
어제:
482
전체:
5,046,854

이달의 작가
2008.05.08 11:40

물 긷는 사람

조회 수 545 추천 수 5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긷는 사람


                                                            이 월란




오늘도 물을 긷는다

몸 안에 길어진 물은 늘 소리죽여 출렁이는 법을

눈치로 익혀온 터였다

감당할 수 있을만큼의 밀물과 썰물이 태동을 시작하고

어느 새벽녘 끝내 바다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생과 사의 인력으로 감성과 이성이 맹렬히 파도타기를 하며

물목에서 쌈박질을 해대었고

때론 고즈넉한 수면에 어로선 한척 띄워질까

구천을 헤매이던 혼령 하나 모셔와

빈 등대에 앉혀 두고 푸닥거리 하는 무녀가 되었다가,

하루해가 동에서 서로 몸의 마디마디를

뱀의 혓바닥처럼 훑고 지나가면

해 떨어지는 수평선 따라 나란히 몸을 뉘였다

삶의 미련은 질기고 또 질겨

선잠 속에서조차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었건만

삼킨 갈증은 쏟아지는 물살에 지워지지도 않고

눈 뜨면 바로 목이 타, 또 물을 길러 가는 사람

어느날이면 빈 등대를 박차고 나와 손 내밀 그 혼령따라

갈매기 가슴으로 날아갈 그 날까지          

                                              
                                                                                                                            2007-02-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6
50 제1시집 봄의 넋 이월란 2008.05.08 390
49 그런 날 있다 이월란 2008.05.08 387
48 그립다 말하지 않으리 이월란 2008.05.08 386
47 제1시집 울초 이월란 2008.05.08 451
»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545
45 바느질 이월란 2008.05.08 389
44 제1시집 질투 이월란 2008.05.08 382
43 제1시집 현실과 그리움의 경계 이월란 2008.05.08 401
42 불망(不忘) 이월란 2008.05.08 374
41 곶감 이월란 2008.05.08 399
40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542
39 바람 맞으셨군요 이월란 2008.05.08 319
38 타인 이월란 2008.05.08 360
37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292
36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485
35 눈길 이월란 2008.05.08 341
34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6
33 황사 이월란 2008.05.07 592
32 솜눈 이월란 2008.05.07 419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