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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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8 12:15

음모(陰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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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陰謀)



이 월란



1.
옷농 오른짝 구석 선반 맨아래 날개 한 쌍이 숨겨져 있다 가끔씩 꺼내보곤 정작 있었던 날개 자국이 퇴화되어 버린 듯한 바로 그 곳, 겨드랑이 밑동에 달아보기도 한다 아직 잘 맞지 않아 수선이 좀 필요하다 바느질이라면 젬병이지만 난 맹렬히 배워야 한다 고소공포증에다 놀이기구 하나 못타는 내가 허술한 날개에 몸뚱아리를 내맡길 순 없는 노릇이니까


2.
땅에선 자꾸만 슬픈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를 구별할 수 있을까 두 눈의 레이더는 별빛을 감지해내야 하며 숨겨진 생체시계는 실바람과 파도소리의 주파수를 읽어내야 한다 인도자는 없다 강변의 갈대밭이 스멀스멀 안개로 뒤덮인대도 볏짚 이엉 쓴 토담이 폭풍 속에 쓰러진대도 등대나 고층건물에 부딪힐 순 없다 저 붉은가슴도요새처럼 먼 길을 가기 위해선 가슴 속 수신기가 비행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며 저 난바다를 지나 외진 섬마저 돌려 놓아야 한다


3.
우린 이제 엄마가 필요없지만 떠나신다니 많이 슬퍼요 솔직한 것 빼면 시체인 아이들은 시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솔직하게 나올 것이다 나를 아직도 마이 베이비라고 부르면서도 젖도 떼지 못한 베이비 행세는 혼자 다 하고 사는, 서면계약을 특히 중시하는 속칭 내 남자는 계약서를 내보이며 그럴 것이다 계약 위반이야 (인생은 원래가 계약위반인걸) 소문이란데 눈이 제일 반짝이는 사람들은 그 여자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렸다는 소식에 어느 백화점의 세일기간이 끝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똑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게 무슨 날개인지 속으로는 궁금해서 미칠 것이다



4.
부리를 내어 환희의 계절을 물자 텃새들의 묘지를 지나 꿈의 축제를 치르자 지친 날개가 뒤를 돌아보게 해서도 안돼 삼킨 것은 바람 뿐이어도 무정한 허공엔 새 생명의 씨앗을 뿌리자 따라오라는 언질 한마디 없는 빈손짓이 석양마저 물들이면 일악 육신의 냉기를 안고 온기 한 줌으로 최면을 걸어 분분이 엉긴 시름을 날리며 빈하늘의 길을 열자 비정한 길을 쓸며 유복한 나의 영토로 날아가자 저 무한대의 나라로


5.
내 방정맞은 입은 방정을 떨고 싶어 때론 정말 근질거린다
<난 멋진 날개가 있다구요>
<언젠가는 날아갈거라구요>

                                                                        2007-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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