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불
이 월란
초록빛 붉은 빛 호수 위에
금박수 화려하게 번쩍이며
켜켜이 쌓이던 하얀 솜 위로
안방 가득 펼쳐지던
왕의 도포 자락같던 이불
저 큰 이불을 언제 다 꿰매시려나
내 손에 쥐어지던 바늘과 실
귀찮은 마음에
돌돌돌 한없이 풀어지던 실패
벽에 붙어 살짝 빠져나오면
건넌방 미닫이 문을 열지도 않고
넘어오는 엄마의 고함소리
아이고 팔이야
시집을 얼마나 멀리 가려고
20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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