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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8 14:08

부를 수 없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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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를 수 없는 이름


                                                                          이 월란




발 뒤꿈치에 감홍시처럼 박혀있던 욕창으로 얼룩진 육체
몇가닥 빗줄기에도 정신없이 파헤쳐지는 저 진흙덩이가 되었어도
오뉴월 염천 꽃들이 홍역을 앓던 그 원피스 천상의 날개가 되었겠지요
당신의 머리맡에서 당신을 굽어보던 지나간 세월이 기막혀
때 되면 어김없이 허기를 느끼시던 멀쩡한 정신을
생명과 죽음이 땅따먹기를 하듯 야멸차게도 배반해 가며
온몸 가득 질기게도 돋아나던 생명의 날개 뚝뚝 끊어지는 소리
소변주머니 속으로 방울 방울 떨어지고
사는 것이 전쟁같던 날들 영원한 휴전을 코앞에 두고
사투가 벌어지던 작은 몸둥이
어기차게도 물건을 깎으시고 두 팔 가득 움켜쥐고 오셔서
전리품처럼 당당히 내려놓으시던 홍옥상자
단골 마실터였던 시장통 골목에서 형형하던 당신의 눈빛이
남은 눈길 머무는 곳마다 또아리를 틀고 있는 날입니다
산다는 것,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간다는 것, 자식이란 것
피가 멈추도록 움켜쥐어도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버리는 그 사랑이란 것까지
휘수(揮手)하며 남기고 가신 길 지뢰밭을 걷듯 한번 씩 밟고 터지는 날
뇌수(腦髓)의 벽적(襞襀) 깊이 결결이 새겨진 당신의 하루 하루
되짚어 보니 모두 눈물 뿐이더군요
신비로 이어진 탯줄 빌어 허기진 어린 배 채워주셨던 그 때부터
바다 건너 시집가는 제 마른 볼에 눈물을 비벼 주셨던 그 때까지
그 이름 하나로 덮어버리지 못해 입술이 차마 부르지 못하는 이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그렇게 당신이 찾아오시는 날
눈물이 맨발로 뛰쳐나와 대신 말해 주는 이름입니다
어, 머, 니

                                                                           200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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