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병

by 이월란 posted May 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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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병


                                                         이 월란





첫 아이 첫 생일 때 불 밝혔던 초
서랍안에서 떨어지는 촛농 붙들고 아직도 서 있다
신심(信心)에 불이 붙어 어린생명들 눈길 붙들려
밤새워 그렸던 물고기 뱃속에서
요나가 턱을 괴고 십오년째 옷농 구석에 앉아 있다
철 모를 때 입고 다니던 노랑색 파카
차가운 골목길 그림자 하나 목도리처럼 두르고
구석빼기 옷걸이를 붙들고 놓지 못한다
품어주기엔 너무 커버린 아이들 젖내나는 웃음 소리가
따글따글 섞갈리는 조약돌 주머니, 선반 구석에서
숨죽이려 키득거리고 있다
마음밭을 어지럽히는 버려도 될 것들을
아망스럽게도 쌓아 놓고 있나보다
나 조차도 버려야 할 때 예고없이 온다는데
연습은 언제 하려는지
한 번 버리면 열 번, 백 번 후회할 것 같아
눈으로 밟고 지나갈 때마다
텅빈 미소가, 눈물이, 회한이 솟구쳐도
버리지 못하는
고칠 수 없는 병

                                                         200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