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by 이월란 posted May 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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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이 월란





등질 것이냐 머물 것이냐 생애 최대의 갈림목
밤새 끌어안고도 못 미쳐 아침마다 치르는 이별행사
일초를 다투는 투전 앞두고도 놓치 못하는 포단과 베개


맨날 보는 얼굴들과의 생의 전투 속편
좋은 아침, 좋은 하루, 반나절 신나게 반나절 지겹게


학교 갔다온 아이 말썽 피운 친구얘기 키득거리는 오후
헐레벌떡 청고초 썰어넣고 된장찌개 고추장에 쓱싹쓱싹 뭉그려먹고
인터넷에 코박고 있다가
아들녀석 농구게임 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골도 못넣고 풀죽은 아이, 너 참말 빠르더라 네가 공 3개는 막았잖아
기발한 착상 내리 대견해하며 달빛 엉덩이 들이댄
백미러에서 자식새끼 눈웃음 구제하려 감질나는 어미마음


긁어달라 등 내미는 지아비
등이 왜 자꾸만 넓어지는거야, 효자손은 폼인가
나무작대기하고 사람 손하고 같냐? 실랑이 하다
잔모래미 여드름 몇 개 터뜨리며 예쁘게, 재밌게 짜줄테니
한 개 일 불씩 쳐 주라 흥정하며 깊어가는 밤


훗날 구겨진 내 입가에 미소 띄워 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
로또 당첨된 날도 아니며 찰칵 찰칵 사진 찍히는 날도 아닌
오늘 같은 녹록한 날임을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데.......
                                          

                                                                                  2007-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