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04
전체:
5,032,913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조회 수 359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1 견공 시리즈 닥터 토비(견공시리즈 38) 이월란 2009.10.11 311
970 견공 시리즈 악플러 1 (견공시리즈 103) 이월란 2011.05.10 311
969 제3시집 가을 학기 이월란 2013.05.24 311
968 견공 시리즈 뛰어다니는 백지(견공시리즈 9) 이월란 2009.08.01 312
967 디스토마 이월란 2009.08.06 312
966 제3시집 새 4 이월란 2010.11.24 312
965 영문 수필 Persona 이월란 2013.05.24 312
964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963 갱신(更新) 이월란 2008.05.09 313
962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313
961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은퇴예배 이월란 2008.05.10 313
960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959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958 중간 화석 이월란 2011.09.09 313
957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314
956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955 견공 시리즈 말(견공시리즈 110) 이월란 2011.09.09 314
954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이월란 2008.12.04 314
953 견공 시리즈 바람의 길 5(견공시리즈 28) 이월란 2009.09.16 314
952 영문 수필 The Black History 이월란 2010.10.29 314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