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0
어제:
184
전체:
5,020,795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조회 수 358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 편지 3 이월란 2010.07.19 374
130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129 평론의 횟감 이월란 2010.04.13 399
128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127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126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125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124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123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122 포옹 이월란 2012.02.05 317
121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120 포츈쿠키 이월란 2009.01.15 284
119 포츈쿠키 이월란 2011.07.26 249
118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117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116 폭설 이월란 2008.10.09 249
115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114 폭풍의 언덕 이월란 2008.05.10 385
113 제3시집 표절시비 이월란 2009.11.25 346
112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445
Board Pagination Prev 1 ...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