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97
어제:
183
전체:
5,021,28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조회 수 358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 영시 A Secret 이월란 2016.08.16 36
110 영시 Dealings 이월란 2016.08.16 78
109 영시 E.R. God 이월란 2016.08.16 104192
108 영시 Someone is Cancelling Me 1 이월란 2016.08.16 84
107 영시 Guinea Pig Arbeit 이월란 2016.08.16 11795
106 영시 A Toby's Confession 이월란 2016.08.16 36
105 영시 A Snail Day 1 이월란 2016.08.16 56
104 영시 A Winter Hairtail 이월란 2016.08.16 88
103 영시 A Freeway on a Cloudy Day 이월란 2016.08.16 5100
102 영시 A Witness 이월란 2016.08.16 72
101 영시 Fall Revolution 이월란 2016.08.16 36203
100 영시 A Dried Flower 이월란 2016.08.16 73
99 영시 A Curious Genealogy 이월란 2016.08.16 114
98 영시 The History of Shoes 이월란 2016.08.16 58
97 영시 A Dea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3
96 영시 Halloween 이월란 2016.08.16 101
95 영시 The Funeral in the Trees 이월란 2016.08.16 14912
94 영시 Eve's Apple 이월란 2016.08.16 63
93 영시 Yearning 이월란 2016.08.16 51
92 영시 A Dispute About Plagiarism 이월란 2016.08.16 50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