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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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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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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