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4
어제:
193
전체:
4,975,525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09:54

꽃처럼

조회 수 331 추천 수 3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처럼



                                                                                         이 월란




말없이 피었다 말없이 지는 꽃이어야 했다
허잡스런 꽃처럼 태어났으면서 난 왜 오늘도 그렇게 살아내지 못하는가
떠나기 위해 부지런히 오는 사람들, 이별을 위해 쉬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
범죄소설을 쓰기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백치가 되기로 한다
오늘 하루만


뷰잉* 하는 날, 화려한 관속의 회칠한 시신을 보고도 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삶의 농간에 투신하는 자아를 붙들고, 헛디뎌 신음하는 감성을 나무라고 있다
이 많은 날들 중 오늘 하루쯤 곁눈의 착시현상에 몸을 맡기기로 한다


내일도, 나의 그늘 속으로 굴절되어 들어오진 못할 내일의 태양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다는 건 살아갈 앞으로를 위해선 때론 다행인거다
고한(苦恨)의 감내가 만성이 되어간다는 것 또한 때론 편리하다
참혹한 이별이 주는 쓰라림은 때론 쓸모있다. 멀쩡한 사람 픽픽 쓰러져 죽어가는 마당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과의 그런, 이별 위에 이별이 더해진들 꿈쩍도 안할테니까

난 자꾸만 독해지고 있다
나를 살리기 위해
나를 죽이기 위해

                                                                                          2007-03-22




* 뷰잉(Viewing) : 영결식에서 조문자가 고인을 대면하는 절차. 반쯤 열린 화려한 관속에 엷은 화장을 한 시신이 잠자듯 누워있고 조문자들이 차례로 관위에 꽃을 두며 작별인사를 함.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51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299
1550 오늘도 쌀을 씻는다 이월란 2008.05.09 317
1549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월란 2008.05.09 295
1548 허아비 이월란 2008.05.09 406
1547 악습 이월란 2008.05.09 321
1546 제비집 이월란 2008.05.09 300
1545 해질무렵 이월란 2008.05.09 312
1544 모순 이월란 2008.05.09 282
1543 사랑을 아니? 봄을 아니? 이월란 2008.05.09 347
1542 제1시집 골목길 이월란 2008.05.09 286
1541 제1시집 핑계 이월란 2008.05.09 297
1540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12
1539 제1시집 그리움 하나 이월란 2008.05.09 336
» 제1시집 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31
1537 사랑의 방식 이월란 2008.05.09 387
1536 제1시집 낭연(狼煙) 이월란 2008.05.09 313
1535 회명(晦冥) 걷기 이월란 2008.05.09 330
1534 제1시집 해빙기(解氷期) 이월란 2008.05.09 318
1533 제1시집 중독---詩들의 병동에서 이월란 2008.05.09 306
1532 제1시집 봄이 오는 소리 이월란 2008.05.09 32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