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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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18

고백

조회 수 303 추천 수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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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이 월란




오늘도 구부려지지 않는 딱딱한 혀와 어눌한 발음으로
당신의 복음을 들고 수연(粹然)한 눈망울들 앞에 섭니다
죄로 얼룩진 저의 두 입술에 당신의 복음이라니요
당신께서 혼신을 다해 빚어 놓으신 언어를 베어 물다니요
저의 정결치 못한 언어로 다시 뱉어내어야 하다니요
저의 혀가 굳었음은, 저의 입술이 어눌함은
타인의 언어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의 언어이기 때문임을 너무나 잘 압니다
강퍅한 무릎을 꿇기도 전에 두 손부터 벌렸던 저였지요
주신 두 귀 열기도 전에 입술부터 놀렸던 저였지요
주신 두 손 타울거리기도 전에 두 눈 부라려 원망부터했던 저였지요
옴밭은 지난 날, 지은 허물만 허리가 휘어집니다
당신 앞에 앉으면 나름의 변명들도 잔뜩 쌓아놓았건만
왜 이리 눈물만 나는건지요
주옥같은 날들 지워가면서 당신의 성가(聖架) 위에 형극의 짐만
더 얹어 드리고 있는건지요
초롱같은 눈망울들에 두 눈이 시릴 때마다
전 더 뻔뻔스러워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나를 가져버린 당신이여
해를 따라가는 해바라기처럼
죄만 따라가는 잡초같은 저의 비루한 영안(靈眼)을
어진 두 손으로 씻기어 주옵소서
주홍같은 죄업 당신의 피로 씻기어 눈처럼 희게
동에서 서로 옮기어 주시옵고
패인 흉터 당신의 살로 덮어 기억조차 마옵소서
저희가 진흙덩이였음을 결코 잊지 않으시는
나를 가져버린 당신이여

                                                                         200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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