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7
어제:
338
전체:
5,022,216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30

부음(訃音)

조회 수 428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부음(訃音)



                                                                     이 월란



하늘과 땅이 간단히 자리바꿈을 했다
물구나무를 서 있는 것도 아닌데
강토를 뒤덮은 구름을 디딜 때마다 휘청거렸고
발이 빠져 고꾸라져버렸다
천공을 뒤덮은 땅은 흙비를 내리며 심장을 향해
살갗을 강타하고 있다
그래서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가기로 한다
전신을 달구던 피는 빙점 위에서 냉각기를 뛰어넘으려
발을 구르며 소용돌이를 쳐대다가
경계경보도 없이 울려버린 공습 사이렌 소리에
놀란 듯 역류하며 정수리로 모여든다
뇌수로 모여든 기억들은 파업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사랑>이라는,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혈서같은
플래카드만이 바람에 농간을 당하고 있다
만춘에 내리는 정신없는 눈발에 침노당한 평화의 땅은
목이 댕강 달아난 꽃들로 선혈이 낭자하다
구겨진 파지 속 버려진 언어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얼굴
손목이 부러지기 전까진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가야 할 것이다
눈물이 내 발등을 찍는 일 따윈 없을테니까
우직한 이성의 갈퀴는 여린 감성의 올무를 투두둑 끊어내고 있고
하늘과 땅은 합법적으로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서로 못할 짓 아니겠는가


이별과의 서투른 상봉
그는 죽었다

                                                                   2007-04-1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1 제3시집 오래된 단서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89
153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529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52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527 제1시집 모놀로그 서문/ 황금찬 file 이월란 2016.08.15 64
1526 제1시집 모놀로그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334
1525 시평 김기택 시평 이월란 2016.08.15 135
1524 시평 유안진 시평 이월란 2016.08.15 120
1523 시평 나희덕 시평 이월란 2016.08.15 138
1522 시평 도종환 시평 이월란 2016.08.15 64
1521 시평 정호승 시평 이월란 2016.08.15 160
1520 시평 유성호 시평 이월란 2016.08.15 127
1519 시평 황숙진 평론 이월란 2016.08.15 39
1518 시평 백남규 평론 이월란 2016.08.15 47
1517 수필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387
1516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1515 입양아 이월란 2015.09.20 99
1514 동물원을 베고 누운 고릴라 이월란 2015.09.20 187
1513 부음 1 이월란 2015.09.20 174
1512 제3시집 경매 이월란 2015.03.30 18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