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56
어제:
184
전체:
5,020,78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0:35

섬이 너를 부르거든

조회 수 336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 월란




섬이 너를 부르거든 지체말고 가거라
뭍의 얼룩을 지울 때까지 머물 순 없나니
군중 사이 찌든 땟물 가슴 절이는 미련뿐일지라도
우둔한 삶이 너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지라도
승리 보장된 전투에 출정하는 씩씩한 융사(戎士)처럼
그렇게 가거라
해구의 후미진 곳에 웅크린 너의 숨은 가슴 마저 쓸어담아
해분에 게워낸 토악물 훔친 소매로 눈물 닦지도 말고
피붙이의 손을 뿌리치고 병인(病人)도 의백(醫伯)도 없는 무의촌
정기선의 출항 시간표도 붙어있지 않은 그 곳으로
침수된 시름, 펼친 열손가락으로 건져내어 옆구리에 차고
돌아오는 뱃길 그어 놓을 필요도 없는 그 곳으로
오한의 날들이, 땀으로 멱을 감던 그 폭염마저 그리워 할 날
없지 않으리마는
서늘맞이 하는 환희의 고개를 들고 두 손 모아 고립의 문을 열자
외딴 섬 연명하던 나무 한그루, 가지마다 휘어지도록
승전의 월계관 흔들리는 시린 능선 위에 너의 이름 석자 새겨져있나니
홀로 태어나 홀로 가는 통보된 물위의 길
그린란드의 등줄기에 생의 시름이 누이는 날
따라온 바다줄기도 일없다 돌아서리니
마그마처럼 흘러내리던 지난날의 고초 해열에 식히며
홀로된 넋을 부르며 그렇게, 너의 섬으로 돌아가거라
                                        

                                                                         2007-04-15



* 그린란드(Greenland) : 〖지명〗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 물받이 이월란 2010.04.05 534
150 한 수 위 이월란 2010.07.19 534
149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148 토끼와 거북이 이월란 2010.06.12 535
147 제1시집 세월이여 내 사랑만은 이월란 2008.05.07 537
146 금단의 열매 이월란 2014.06.14 538
145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539
144 제1시집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이월란 2008.05.07 544
143 물 긷는 사람 이월란 2008.05.08 544
142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141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40 머리로 생리하는 여자 이월란 2010.01.07 545
139 부모 이월란 2010.09.20 546
138 영시 The Leaning Tower of Pisa 이월란 2010.06.18 547
137 손밥 이월란 2010.05.30 550
136 영시 윤동주시 번역 6 이월란 2010.06.07 550
135 상사병 이월란 2008.05.07 553
134 꿈속의 꿈 이월란 2012.04.10 555
133 천국, 한 조각 이월란 2010.09.20 557
132 영시 윤동주시 번역 7 이월란 2010.06.07 558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