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
어제:
306
전체:
5,022,933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09

무정물(無情物)

조회 수 349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정물(無情物)


                                                                이 월란




오늘 하루쯤 정물이 되어 보기로 하네
쇠털 같은 날들 한 가닥쯤 뽑아 허비해 버리고 싶다네
째깍째깍 세월은 정물이 된 나도 잘도 싣고 가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도 깜짝치 않고 치기를 부리는 내게도
세월의 붓촉은 어김없이, 친절히도 흔적을 남겨놓을 것이네
세세히 주름을 새겨넣을 것이며 살갗을 잡아당겨 늘여놓을 것이네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나의
탱탱한 오장육부마저 한번 쥐었다 놓고 갈 것이네
정물로 앉아 있어도 머리칼에, 손톱에, 발톱에
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온몸에 쥐가 돋아 이제 세월을 자르러 가네
머리칼을 잘라내고 손톱을 잘라내고 발톱을 잘라내어도
잘래미 이잡아 먹듯 어김없는 오토의 세월이
홰에서 떨어진 새처럼 떨어뜨리고 간 유치(乳齒) 하나
뽑아내지도, 잘라내지도 못해
알짝지근 쑤셔대며 가슴밭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네


                                    
                                                             2007-04-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1 제2시집 이월란 2008.08.09 236
790 이월란 2009.12.09 351
789 제1시집 무통분만실 이월란 2008.05.08 444
788 무제사건 이월란 2009.12.20 349
787 무제(無題) 이월란 2008.05.10 317
» 제1시집 무정물(無情物) 이월란 2008.05.09 349
785 무서운 침묵 이월란 2009.04.07 278
784 무서운 여자 이월란 2008.05.10 305
783 무례한 사람 이월란 2008.05.08 385
782 무대 위에서 이월란 2011.07.26 269
78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08.10.25 366
780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14.10.22 172
779 무거운 숟가락 이월란 2008.11.23 320
778 묘지의 시간 이월란 2010.09.06 477
777 이월란 2008.05.09 228
776 몸길 이월란 2010.10.29 472
775 견공 시리즈 몸가축(견공시리즈 20) 이월란 2009.09.04 391
774 몸 푸는 사막 이월란 2008.08.25 303
773 견공 시리즈 목욕타임(견공시리즈 39) 이월란 2009.10.14 276
772 제2시집 목소리 이월란 2008.05.10 252
Board Pagination Prev 1 ... 39 40 41 42 43 44 45 46 47 4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