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4
어제:
177
전체:
5,020,372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09

무정물(無情物)

조회 수 349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정물(無情物)


                                                                이 월란




오늘 하루쯤 정물이 되어 보기로 하네
쇠털 같은 날들 한 가닥쯤 뽑아 허비해 버리고 싶다네
째깍째깍 세월은 정물이 된 나도 잘도 싣고 가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도 깜짝치 않고 치기를 부리는 내게도
세월의 붓촉은 어김없이, 친절히도 흔적을 남겨놓을 것이네
세세히 주름을 새겨넣을 것이며 살갗을 잡아당겨 늘여놓을 것이네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나의
탱탱한 오장육부마저 한번 쥐었다 놓고 갈 것이네
정물로 앉아 있어도 머리칼에, 손톱에, 발톱에
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온몸에 쥐가 돋아 이제 세월을 자르러 가네
머리칼을 잘라내고 손톱을 잘라내고 발톱을 잘라내어도
잘래미 이잡아 먹듯 어김없는 오토의 세월이
홰에서 떨어진 새처럼 떨어뜨리고 간 유치(乳齒) 하나
뽑아내지도, 잘라내지도 못해
알짝지근 쑤셔대며 가슴밭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네


                                    
                                                             2007-04-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 영문 수필 Life in Early Jamestown 이월란 2010.10.29 296
150 영문 수필 Legitimacy of Animal Experimentation 이월란 2013.05.24 171
149 영시 Lasik 이월란 2016.08.16 3182
148 영문 수필 Korean Dialects 이월란 2014.05.28 243
147 영시 Kiabai 이월란 2016.08.16 55
146 영문 수필 Jesus on the Elevated Status of Poverty and the Condemnation of Wealth 이월란 2013.05.24 145
145 영시집 Jealousy 이월란 2010.05.02 423
144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403
143 영시 Island 이월란 2016.08.16 44
142 영문 수필 Is Ignorance Bliss? 이월란 2012.02.05 1881
141 견공 시리즈 IQ 와 EQ(견공시리즈 4) 이월란 2009.05.30 474
140 영문 수필 Interview Paper 이월란 2014.05.28 39788
139 영문 수필 IN RESPONSE TO EXECUTIVE ORDER 9066 이월란 2013.05.24 36875
138 영시집 If the Moment Comes Again 이월란 2010.03.13 387
137 영시 If the Moment Comes Again 이월란 2016.08.16 58
136 영시 ICU 이월란 2016.08.16 62
135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134 I LOVE YOU 이월란 2009.01.27 294
133 영시 House for Sale 1 이월란 2016.08.16 71857
132 영시 Homecoming for a Festive Day 이월란 2016.08.16 260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