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9
어제:
184
전체:
5,020,654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09

무정물(無情物)

조회 수 349 추천 수 3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정물(無情物)


                                                                이 월란




오늘 하루쯤 정물이 되어 보기로 하네
쇠털 같은 날들 한 가닥쯤 뽑아 허비해 버리고 싶다네
째깍째깍 세월은 정물이 된 나도 잘도 싣고 가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도 깜짝치 않고 치기를 부리는 내게도
세월의 붓촉은 어김없이, 친절히도 흔적을 남겨놓을 것이네
세세히 주름을 새겨넣을 것이며 살갗을 잡아당겨 늘여놓을 것이네
명주실같은 머리털의 윤기도 한번쯤 핥아내어 줄 것이며
손톱 곪는 줄은 알아도 염통 곪는 줄은 모르는 나의
탱탱한 오장육부마저 한번 쥐었다 놓고 갈 것이네
정물로 앉아 있어도 머리칼에, 손톱에, 발톱에
후박한 빚장이가 떨구고 간 이자처럼 달아놓고 갈
세월자욱이 콕콕 눈을 찔러 올 것이네
온몸에 쥐가 돋아 이제 세월을 자르러 가네
머리칼을 잘라내고 손톱을 잘라내고 발톱을 잘라내어도
잘래미 이잡아 먹듯 어김없는 오토의 세월이
홰에서 떨어진 새처럼 떨어뜨리고 간 유치(乳齒) 하나
뽑아내지도, 잘라내지도 못해
알짝지근 쑤셔대며 가슴밭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네


                                    
                                                             2007-04-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1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1510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1509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508 판게아 이월란 2011.04.09 416
1507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1506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1505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1504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503 틈새 이월란 2008.05.10 282
1502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501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500 투명인간 이월란 2009.07.29 319
1499 통화 중 이월란 2009.07.29 318
1498 통싯간 이월란 2010.01.13 440
1497 제2시집 통성기도 이월란 2008.05.10 212
1496 통곡의 벽 이월란 2014.06.14 242
1495 견공 시리즈 토비의 천국(견공시리즈 25) 이월란 2009.09.12 401
1494 견공 시리즈 토비의 창(견공시리즈 51) 이월란 2009.12.09 341
1493 견공 시리즈 토비의 말(견공시리즈 1) 이월란 2009.05.19 389
1492 견공 시리즈 토비의 말 2(견공시리즈 61) 이월란 2010.04.27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