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
어제:
1,016
전체:
5,019,931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1:49

페인트 칠하는 남자

조회 수 344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 월란





축구공만한 페인트통에 바다를 퍼 왔다
삶의 햇살에 찌들어 갈라진 황토빛 지붕 위에 앉아
육신의 허리에 심어진 가훼들이 베어지고
청초했던 푸새들도 뽑히어져 황토가 뻘같이 드러나버린
그의 건토에 이제 도도히 바다를 심고 있다
기와지붕 텃밭에 이맛전의 주름살같은 고랑을 파고
한 이랑 한 이랑 뇌수의 꿈조각같은 씨앗을 뿌린다
노가리 한 감청색 홀씨는 바람을 먹고 자랄 것이다
파란 심줄이 돋아난 손목에 쥐어진 붓이 움직일 때마다
쏴아아 쏴아아 파도소리를 내고
사다리를 옮겨 놓을 때마다 철썩철썩 파도가 솟구친다
이마 위의 땀을 닦을 때마다 끼륵끼륵 바다갈매기가 날아가고
하얀 수말이 암벽에 부딪히듯 그의 60평생 뱃전을 두드린다
잠시 고개 든 시선은 정확한 나란히금으로 수평선을 그어
동색의 하늘을 정확히 갈라놓는다
옥개석 가에 둘러쳐진 비닐커버들은 흰포말되어 바람에 나부끼고
뱃전 너머에 총총히 심어진 바다는
가을 아침 햇살에 고기비늘처럼 반짝인다
저 작업이 끝나면
저 남자는 출렁이는 바다 위에 누워 타원형 널빤지를 타고
정년의 여생을 실어 파도타기를 할 것이다
새벽별들은 늙은 등대수가 된 그의 욱신대는 뼈마디마다 내려와
등대불되어 반짝여도 줄 것이다
아침이면 그는 수역으로 둘러싸인 백파의 바다에 뜬
별보다 먼 절해의 외딴섬이 되어 있을테니까

                                        
                                                            2007-05-2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50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49 틈새 이월란 2008.05.10 282
148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47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146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145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144 판게아 이월란 2011.04.09 416
143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42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141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140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139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138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49
137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135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34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710
133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13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