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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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 프론티어 1177W기, 좌석 14-D 에서


                                                                                                                                                                                이 월란




날고 싶어함은 직립보행의 천형을 받은 인간의 영원불멸한 꿈이런가. 난 지금 날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날아가고 있다. 프론티어 에어라인 1177W기 좌석 14-D, 비상 중인 환상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싱겁게도 낮잠을 즐기거나 보리죽에 맹물 탄 듯, 날고 있다는데 전혀 관심없는 표정이다. 케케묵은 영화가 재밌다고 우기며 노트북에 코를 박곤 시간을 열심히 죽여가고 있다. 날기 전의 나의 꿈도 결코 거창한 비상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제발 내 옆에 나처럼 좀 얇은, 나같은 여자가 앉아주기를....> 간절히 바랬을 뿐.



날고 있는 지금의 심정조차 감개무량과는 거리가 멀다. 온 몸이 뻐근하고 좀이 쑤신다. 몇 백불 짜리 날개는 쑤셔박혀 짜부라져있고 쇠로 만든 동체만이 우리들의 날개를 대신해서 쌩쌩 괴물처럼 날아가고 있다.
우린 지금 날고 있다구요, 잊으셨나요? 안전벨트에 사지가 묶여버린 사람들을 향해 말해주고 싶다. 닭장에 모이 넣어주듯 던져주는 과자부스러기를 씹어삼키곤 병든 닭처럼 졸고 있다가, 옆사람 모조리 일으켜 세우는 바람에 중죄인의 심정으로 굽신대며 배설칸에 다녀오는 사람들.......



그래, 날지 못하는 짐승이 날자면 이런 불편쯤은 감수해야 하리라. 두 발 땅에 붙이고 내 본분대로 개미처럼, 거북이처럼 그렇게 아장아장 뒤뜰을 걸어다니는게 행복이었다. 과욕은 종종 우리들의 손발을 묶어버린다. 상상치 못한 희생까지도 동반하여 덤으로 안겨주며, 진리의 칼날을 세우고 덤벼들 때가 많다. 날지 않았어도 되었다. 멀리 가지 않았어도 괜찮은 것이었다.



그렇게 날아보고 싶었는데, 이젠 지상이 그립다. 두 발 디딜 수 있었던 단단한 나의 대지가 그립다. 허공은 날짐승들의 영지였다. 두 발은 고향인 대지가 그리워 자꾸만 저려오고 있다.
                                                                        
                                                                                                                                                                               200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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