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6
어제:
307
전체:
5,024,487

이달의 작가
2008.05.09 13:18

레모네이드

조회 수 364 추천 수 3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레모네이드



                                                                    이 월란




하지의 햇살이 주근깨 돋힌 아이들의 콧잔등을 달구면
덩달아 달아오른 골목길, 비키니 차림 금발의 계집아이들은
날빛 슬슬한 골목,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판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며 킥킥대는 숫기 없는 그들은
종이컵에 담겨진 노란 레모네이드처럼 새콤달콤 말이 없다


저렇게 장사판을 벌이겠다고, 트램폴린 위에서 같이 뛰며 뒹굴자고
팔을 잡아 끌던 나의 작은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장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원가는 돌려주는거야>
고사리밥 같은 손에서 2불 50센트를 뺏어오던, 벼룩의 간을 내 먹던
젊은 엄마를 초롱초롱 빤히 쳐다보던, 나를 성가시게 하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술래잡기를 하다 엄마를 영영 못찾은, 벽장 속 밍크이불 더미 속같은
그런 장소는 어김없이 다음 숨바꼭질의 첫 은둔지로 선택하여
늘 못찾은 척 아래 위층을 쿵쾅 쿵쾅 뛰어다니며 기를 살려주어야 했던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반짇고리 안의 영민한 바늘처럼 나의 여가를 콕콕 발라먹으며
나의 젊은 날들을 훔쳐간 아이들은
내리사랑의 눈치 없이 질긴 이 집착으로 아직도 뱃속이 허전한
여자를 팽개쳐 두고 어디로 갔는가


창 밖의 비치파라솔 아래 노란 레모네이드는
삐뚤빼뚤 아직도 50센트인데

                                                  
                                                                     2007-07-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1 대출 이월란 2010.03.05 451
990 견공 시리즈 덤벼라(견공시리즈 24) 이월란 2009.09.12 316
989 데자뷰 (dejavu) 이월란 2008.05.10 277
988 견공 시리즈 데카르트의 개 (견공시리즈 121) 이월란 2012.04.10 252
987 제2시집 도망자 이월란 2008.05.10 243
986 도시인 이월란 2010.05.18 362
985 시평 도종환 시평 이월란 2016.08.15 64
984 독립기념일 이월란 2010.11.24 364
983 제3시집 독방 이월란 2009.11.25 340
982 독종 이월란 2009.09.19 287
981 돌보석 이월란 2009.04.17 353
980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385
979 돌아서 가는 길은 이월란 2008.05.10 352
978 돌아온 탕자 이월란 2009.07.27 269
977 제2시집 동거 이월란 2008.08.12 235
976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90
975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974 제1시집 동대문 이월란 2008.05.09 485
973 제2시집 동목(冬木) 이월란 2008.05.10 260
972 동문서답 이월란 2010.10.29 558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