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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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09 13:18

레모네이드

조회 수 344 추천 수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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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네이드



                                                                    이 월란




하지의 햇살이 주근깨 돋힌 아이들의 콧잔등을 달구면
덩달아 달아오른 골목길, 비키니 차림 금발의 계집아이들은
날빛 슬슬한 골목,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판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손을 흔들며 킥킥대는 숫기 없는 그들은
종이컵에 담겨진 노란 레모네이드처럼 새콤달콤 말이 없다


저렇게 장사판을 벌이겠다고, 트램폴린 위에서 같이 뛰며 뒹굴자고
팔을 잡아 끌던 나의 작은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장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원가는 돌려주는거야>
고사리밥 같은 손에서 2불 50센트를 뺏어오던, 벼룩의 간을 내 먹던
젊은 엄마를 초롱초롱 빤히 쳐다보던, 나를 성가시게 하던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술래잡기를 하다 엄마를 영영 못찾은, 벽장 속 밍크이불 더미 속같은
그런 장소는 어김없이 다음 숨바꼭질의 첫 은둔지로 선택하여
늘 못찾은 척 아래 위층을 쿵쾅 쿵쾅 뛰어다니며 기를 살려주어야 했던
나의 귀여운 아이들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반짇고리 안의 영민한 바늘처럼 나의 여가를 콕콕 발라먹으며
나의 젊은 날들을 훔쳐간 아이들은
내리사랑의 눈치 없이 질긴 이 집착으로 아직도 뱃속이 허전한
여자를 팽개쳐 두고 어디로 갔는가


창 밖의 비치파라솔 아래 노란 레모네이드는
삐뚤빼뚤 아직도 50센트인데

                                                  
                                                                     200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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