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9
어제:
286
전체:
5,023,528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57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조회 수 321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 월란




염치없이 하늘이 된 것들을 알고 있다
기댈 곳 없어 어린 모가지를 꼿꼿이 세웠던 유년의 적막한 고립이
연기처럼 꿈틀꿈틀 올라가
내 여윈 심상 위에 하늘이 된 것임을


베갯잎 소리 없이 적시던
아름아름 고독을 핥아내던 어미의 귓불 적시던 눈물
밥상 머리에 안개방울처럼 떠다니던
그녀의 한숨조차 하늘이 된 것임을


내 앞에 열리는 문 없건만
내 등 뒤에서 닫히기만 하던 공항의 자동문
함량미달의 하늘이 되어 늘 닫히고만 있다는 것을


나를 내려놓고 휑하니 가버리던
그 자동차의 번호판이 아라비아 숫자로 둥둥 떠다니다
환절에 앙상해지는 가지마다 걸려
두둥실 적막강산의 낙하산으로 떠가고 있음을


먹구름으로, 하늬바람으로, 고추잠자리로 굿을 빼고
그래서 현관 앞 펜지꽃이 바르르 떨리기만 해도
자주와 노랑과 흰빛들로 칠해져 반가사유로 떠있음을


갈잎으로 날아가 나비처럼 하늘에 박히는 시선이 되는 것임을
못난 심성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오늘도 염치 없이 바라봐야 하는
저 야마리 없는 하늘이 되고 만 것임을


역방향으로 투신해버린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2007-07-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1350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2
1349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1348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1347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1346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1345 견공 시리즈 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 2010.10.29 382
1344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1343 견공 시리즈 잠버릇(견공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6 284
1342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1341 잔치국수 2 이월란 2016.09.08 231
1340 잔상(殘像) 이월란 2008.05.09 314
1339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1338 제2시집 자해 이월란 2008.09.01 207
1337 자정(子正) 이월란 2008.05.10 303
1336 자식 2 이월란 2010.11.24 359
1335 자식 이월란 2010.07.19 407
1334 자물쇠와 열쇠 이월란 2012.01.17 307
1333 자동 응답기 이월란 2010.02.28 506
1332 제2시집 입추 이월란 2008.08.08 317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