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8
어제:
286
전체:
5,023,617

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4:09

동굴

조회 수 340 추천 수 4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굴



                                                     이 월란




어둠이 오면 동굴이 되는 사람들
태몽 속에서 유산되지 않을 목숨을 키운다
내일이면 방생할 몸
재난을 대비하려
새로운 가면이 벽에 걸리고
수의(壽衣)를 준비하듯 내일 입을 옷을 꺼내어둔다
염(殮)하듯 구석구석을 씻어낸 후
관속에 눕듯
정결히 누워 죽음을 연습한다
두려움에
그리움의 외줄을 타는 광대놀이
환한 빛 아래 중성이어야 했던 그들, 마음놓고
암컷이 되고 수컷이 된다
가뭄을 익혀 눈물병에 물을 저축하고
태양을 복제한 백열등 아래 진창길 육신을 말리며
무릎 오그린 태중의 모습으로
양수같은 어둠에 안기면
기어코 날짐승이 되어
가슴에 사다리를 놓고 별을 따러 올라간다
꽃이 되고
바람이 되고
안개가 되고
하늘로 쏟아져 올라가는 사람들의 빗소리
포도(鋪道)의 기승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어둠의 낭하(廊下)에서 차라리
행복해지고 마는 것이다
서러운 금단(禁斷)의 순간이 날아다닌다
페시미즘의 지병을 다스리는 소리
농밀한 어둠과 동침에 들어가는
동굴 속


                                               2007-07-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1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230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229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299
228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227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4
226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4
225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89
224 제1시집 바람서리 이월란 2008.05.09 330
» 제1시집 동굴 이월란 2008.05.09 340
222 눕고 싶을 때가 있다 이월란 2008.05.09 400
221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220 제1시집 바람의 길 2 이월란 2008.05.09 347
219 그 여자 이월란 2008.05.09 316
218 꽃상여 이월란 2008.05.09 316
217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216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215 제1시집 삶은 계란을 까며 이월란 2008.05.09 415
214 제1시집 빈가지 위에 배꽃처럼 이월란 2008.05.09 375
213 누전(漏電) 이월란 2008.05.09 350
212 제1시집 살아도 거기까지 이월란 2008.05.09 322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