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인손
이 월란
온 몸으로 버텨온 것들이 있었다
만개되지 못한 감꽃 하나
지상의 바다로 투신하면
빛처럼 낙화하면
순간의 파열음으로 허망히 피었다 지는
감춰진 폭죽같은 개화의 날을
나마저 애써 잊고 있었는가
무곡선 기다리는 허기진 인파 속에서
까치발을 세우지 않았는가
저 철길의 끝은 어디일까
내 욕망의 끝은 어디일까
석양에 걸린 마디마디 나의 뼈집들이
더불어 일몰을 준비하면
몸 끝에서 돋아나는 푹익은 종창 하나
고름을 안고 버티고 있다
곱나들던 화농균들이 집을 지었다
세상과 가까운 곳에 터를 닦았다
수지침이라도 꽂아 저 열탕의 세상으로 터져버리면
정녕 살균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농익은 부스럼들이 샅을 빠져나와
손끝에서 사라져 줄까
정녕 사라져 줄까
감염된 열 손가락 평상 위에 고이 말리고
병색 짙어가는 여생의 낯을
험애한 저 언덕 너머로
한번쯤 환하게 들어볼 날도 있을까
200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