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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7:48

시차(時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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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時差)


                                                                                                                                                          이 월란




지구를 반바퀴 돌아가면 자정이 지나서 허기가 온다. 정오가 지나면 속눈썹에 내려앉은 지구를 들어올리느라 온 몸으로 버텨내야 한다. 마음처럼 간사하지도 못한 몸뚱이, 기억을 붙들고 하소연한다. 내게 당당히 요구한다. 이제 잘 시간이 왔다고, 이제 먹을 시간이 왔다고


마음이 버린 것들을 주섬주섬 기억하는 몸
마음이 받아들인 것들을 거뜬히 거부하는 몸
세뇌 당한 허잡스런 현실에 간단히 등 돌리고 숙습의 질서에 충직한 몸은
현실이 아닌 입력된 일상에 족반을 디디고 기억에 기생하고 있음이다


나의 마음은 그랬다. 가파른 지세 따라 몸을 바로 세워야 했고, 바다를 지날 땐 지느러미를 내어 헤엄을 쳤으며, 하늘을 만나면 날개를 내어 날아다녔다. 그늘이 져도 해를 향해 웃었고, 마음에 소중히 둔 것들도 없는 듯 행세했다. 못이 박혀도 신음소리 밖으로 내지 않았으며, 그 마음 가지려, 그 마음 삭이려, 그 마음 주려, 그 마음 돌아서려, 그 마음 붙이려, 그 마음 채우려, 그 마음 가벼워질 때나 무거워질 때나 썩이고 외면하기 일쑤였다.


내 마음의 진리는 밖에 있었는데 몸의 진리는 몸 속에 당당히 집을 지었다
교활한 마음의 요란한 날갯짓은 아름다운 것인가, 서러운 것인가
고착되어버린 몸의 촉수는 허기와 수면부족에 모질게 시달린 후에야 서서히 포기를 하고 살길을 찾는다
집으로 돌아갈 때쯤 아주 서서히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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