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0
어제:
230
전체:
5,030,096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0

미로아(迷路兒)

조회 수 299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로아(迷路兒)


          
                                                          이 월란




오늘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잃어서 다시 찾을 그 길이 이 길이어도
몸 밖으로 길게 뻗어나와 찾아야 할 이 길이
학의 목같은 기다림 속에서
묵은지처럼 짭쪼롬한 권태에 절여진 이 길이
헤매임 속에서 한번 헹구어진다면, 한번 더 간이 배인다면


오늘 같은 날은 눈속임하듯 슬쩍 놓아버리고 길을 잃어도 좋겠네
애 태우듯 다시 찾아가고 싶어지겠네
무언가에 닿아야만 길이 보여지던 바람처럼
헤살놓듯 투명히 가로막은 장애물들이 한걸음 비켜서면
바람에 흔들리듯 훤히 보일 것 같아


오늘 같은 날은 길을 잃어도 좋겠네
가다가, 나처럼 길 잃은 소낙비를 만나 남의 집 처마아래
하염없이 빗살과 눈 맞추고 서 있어도 좋겠네
추월에 정신 팔린 차바퀴에 흙탕물이 튀어도 분내지 않을 것 같은
오늘 같은 날


나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세상이란 걸 알면서도
목 뺀 담장 너머로 끊임없이 연서(戀書)를 띄우는 나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오늘 같은 날은


성대도 생식기도 제거된 불비(不備)의 연골로도
빳빳이 걸어갈 수 있는 법을 어느정도 익힌 불혹(不惑)의 나이 어디 쯤에서
평생이 미혹(迷惑)일 것 같은 난, 길을 잃어도 좋겠네
                                                  
                                                                                                                                                        2007-08-0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1 견공 시리즈 눈 (견공시리즈 120) 이월란 2012.04.10 213
1050 눈 오는 날 이월란 2014.10.22 217
1049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1048 눈(目)의 고향 이월란 2009.05.09 373
1047 눈(雪) 이월란 2008.05.08 350
1046 눈(雪) 이월란 2008.05.10 282
1045 눈(雪)이 무겁다 이월란 2008.12.26 418
1044 눈길 이월란 2008.05.08 338
1043 눈길 이월란 2021.08.16 59
1042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1041 눈꽃 이월란 2008.05.10 283
1040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1039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35
1038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1037 눈물로 지은 밥 이월란 2012.02.05 319
1036 제3시집 눈물의 城 이월란 2010.09.06 375
1035 눈물의 미학 이월란 2008.05.09 320
1034 눈밭 이월란 2008.05.08 324
1033 눈별 이월란 2010.03.15 442
1032 눈부셔 눈부셔 이월란 2008.05.10 245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