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79
어제:
276
전체:
5,028,673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2

빈가방

조회 수 378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빈 가방



                                                          이 월란





삶의 후미진 구석, 어디쯤엔 늘 빈 가방 하나 놓여 있다
허망의 오브제로 앉아 있다
결빙의 언어들이 나신의 걸음으로 걸어들어 가는 곳
흑암의 바다 속 야광찌처럼
검은 가슴을 박차고 나와 발광 도료를 뒤집어 쓰고 있다
반짝 반짝, 깜빡일 때마다 빛을 본다. 아픔을 본다
내 그리운 얼굴들이 자리바꿈을 하는 곳
푸른 설계도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짓고 있다
사막이 바다가 되고 빈의자가 마주 앉는 곳
함부로 길이 되고 싶었던 실핏줄들
서빙고 안에 재워 둔 얼음처럼
서로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때
빛의 바다로 가는 발
어둠을 낚으러 가는 손
나란히 앞세우고
옹색하게 떠오른 박복한 섬으로 간다
맨발의 갈매기로 살다 오리
남루한 영혼, 마저 버리고 오리
겨울 갈수기, 하현달 박힌 저수지에
노역에 지친 인부의 두 발을 담그고
꿈에서마저 떠나던 너의 빈자리에
행려자의 푸른 고요를 담아오리
저 생소한 아침이 눈을 뜨면

                              
                                                2007-08-0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11 영시집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0.03.13 403
710 영시집 The Reason 이월란 2010.03.13 376
709 영시집 A Dried Flower 이월란 2010.03.13 358
708 영시집 The Shaking House 이월란 2010.03.13 370
707 영시집 A Mist and a Virus 이월란 2010.03.13 340
706 영시집 If the Moment Comes Again 이월란 2010.03.13 387
705 견공 시리즈 마흔 다섯 계단(견공시리즈 58) 이월란 2010.03.15 414
704 미개인 이월란 2010.03.15 374
703 아버지 이월란 2010.03.15 374
702 눈별 이월란 2010.03.15 442
701 오징어의 배를 가르며 이월란 2010.03.15 494
700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699 영시집 Longing 이월란 2010.03.22 347
698 영시집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0.03.22 336
697 견공 시리즈 그 분의 짜증(견공시리즈 59) 이월란 2010.03.22 444
696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695 기다림이 좋아서 이월란 2010.03.22 417
694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693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692 호스피스의 유서 이월란 2010.03.22 435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