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09
어제:
610
전체:
5,065,376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2

빈가방

조회 수 382 추천 수 2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빈 가방



                                                          이 월란





삶의 후미진 구석, 어디쯤엔 늘 빈 가방 하나 놓여 있다
허망의 오브제로 앉아 있다
결빙의 언어들이 나신의 걸음으로 걸어들어 가는 곳
흑암의 바다 속 야광찌처럼
검은 가슴을 박차고 나와 발광 도료를 뒤집어 쓰고 있다
반짝 반짝, 깜빡일 때마다 빛을 본다. 아픔을 본다
내 그리운 얼굴들이 자리바꿈을 하는 곳
푸른 설계도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을 짓고 있다
사막이 바다가 되고 빈의자가 마주 앉는 곳
함부로 길이 되고 싶었던 실핏줄들
서빙고 안에 재워 둔 얼음처럼
서로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때
빛의 바다로 가는 발
어둠을 낚으러 가는 손
나란히 앞세우고
옹색하게 떠오른 박복한 섬으로 간다
맨발의 갈매기로 살다 오리
남루한 영혼, 마저 버리고 오리
겨울 갈수기, 하현달 박힌 저수지에
노역에 지친 인부의 두 발을 담그고
꿈에서마저 떠나던 너의 빈자리에
행려자의 푸른 고요를 담아오리
저 생소한 아침이 눈을 뜨면

                              
                                                2007-08-0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80
250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294
24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335
248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261
247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262
246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285
245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332
244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302
243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292
242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421
241 별 2 이월란 2008.05.10 276
240 가시목 이월란 2008.05.10 391
239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47
»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82
237 미로아(迷路兒) 이월란 2008.05.10 302
236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8
235 꽃, 거리의 시인들 이월란 2008.05.10 327
234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368
233 견공 시리즈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이월란 2009.09.12 327
232 수필 타인의 명절 이월란 2008.05.10 595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