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9
어제:
265
전체:
5,022,493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6

가시목

조회 수 385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목


                                                                                                                                     이 월란




누군가의 몸 속엔 금침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나의 몸 속엔 가시들이 떠돌고 있다, 유독한 위산에도 삭아내리지 못한 것들, 혈관 속에 길게 누워 종이배처럼 한가로이 떠다니다 언어의 물숨을 타고 내려와 숨가쁜 詩가 되기도 했던, 환형동물의 극모를 닮은 고슴돛의 극침같은 것들


어느 날은 모로 박혀 혈관을 찌르기도, 가슴벽의 여린 살점을 긁어내기도 한다. 목젖까지 차고 오르기도, 응어리되어 턱 막혀버리기도 하는 매맞은 멍울들, 얼마나 많은 미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은 싫은 소리들을 씹다가 뱉어냈으며 여린 잔뼈들이라 바수어 삼키기도 했었나


내 가슴 감싸기 위해 밤송이처럼 돋친, 철망으로 세운 바잣문 안에 수수깡같은 덤불로 쌓아 올린 젖내 나는 초막집은 아직도 지어지고, 살아 있어 내게 온 것들은 찬바람조차도 얼마나 눈물겨운 것들일진대. 스산한 가슴의 빈터에 내리 꽂혀 가시꽃을 피우기도 했을 뒤안길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먹다가 숨구멍 막으며 캑캑거리기도, 마른 밥덩이를 목구멍에 쑤셔넣어 보기도, 포르말린 냄새 지독한 수돗물을 꿀꺽꿀꺽 삼켜 보기도 했었으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늘 즐겨먹는 등 푸른 생선의 굵지도 못한, 삼켜지리라 쉽게 속았던 그런 삶의 거스러미들


늘 생선가시가 되어 목구멍에 턱 자리잡은 것들이
마른기침이나
마른 밥덩이나
혹은 소독되지 못한 수돗물로도
삼켜지지 못하고 숱한 잔뼈들로 자라나
흰피톨을 돌고 돌아도 배설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과, 어이없음과, 부질없음의 이름으로도 기꺼이 자라난
체절마다 박힌 어리석은 나의 가시목들
                                                            
      
                                                                                                                                2007-08-0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1 영문 수필 “Savage Inequalities” 이월란 2012.08.17 211
250 제3시집 개 같은 4 (견공시리즈 124) 이월란 2012.08.17 245
249 견공 시리즈 기다림 4 (견공시리즈 125) 이월란 2012.08.17 270
248 견공 시리즈 새 길 (견공시리즈 126) 이월란 2012.08.17 414
247 포커 페이스 이월란 2012.08.17 534
246 물속에서 이월란 2012.08.17 451
245 3293 이월란 2012.08.17 345
244 제3시집 세일즈 전화 이월란 2012.08.17 381
243 그는 지금, 이월란 2012.08.17 398
242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241 영문 수필 Go Through Disability 이월란 2013.05.24 46332
240 영문 수필 Hawaii 이월란 2013.05.24 142
239 영문 수필 Brazilian Festival 이월란 2013.05.24 140
238 영문 수필 Who’s White? Who’s Black? Who Knows? 이월란 2013.05.24 231
237 영문 수필 Why Undocumented Workers Are Good for the Economy 이월란 2013.05.24 191
236 영문 수필 Gambling Industry Money Is Streaming Into Albany 이월란 2013.05.24 161
235 영문 수필 A Portrait of Segregation in New York City’s Schools 이월란 2013.05.24 103
234 영문 수필 Blended Nation 이월란 2013.05.24 26343
233 영문 수필 “Shakespeare in the Bush” 이월란 2013.05.24 110
232 영문 수필 David by Michelangelo 이월란 2013.05.24 203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