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65
어제:
306
전체:
5,023,178

이달의 작가
2008.05.10 07:56

가시목

조회 수 385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목


                                                                                                                                     이 월란




누군가의 몸 속엔 금침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나의 몸 속엔 가시들이 떠돌고 있다, 유독한 위산에도 삭아내리지 못한 것들, 혈관 속에 길게 누워 종이배처럼 한가로이 떠다니다 언어의 물숨을 타고 내려와 숨가쁜 詩가 되기도 했던, 환형동물의 극모를 닮은 고슴돛의 극침같은 것들


어느 날은 모로 박혀 혈관을 찌르기도, 가슴벽의 여린 살점을 긁어내기도 한다. 목젖까지 차고 오르기도, 응어리되어 턱 막혀버리기도 하는 매맞은 멍울들, 얼마나 많은 미운 사람들을, 얼마나 많은 싫은 소리들을 씹다가 뱉어냈으며 여린 잔뼈들이라 바수어 삼키기도 했었나


내 가슴 감싸기 위해 밤송이처럼 돋친, 철망으로 세운 바잣문 안에 수수깡같은 덤불로 쌓아 올린 젖내 나는 초막집은 아직도 지어지고, 살아 있어 내게 온 것들은 찬바람조차도 얼마나 눈물겨운 것들일진대. 스산한 가슴의 빈터에 내리 꽂혀 가시꽃을 피우기도 했을 뒤안길


가시 많은 생선을 발라먹다가 숨구멍 막으며 캑캑거리기도, 마른 밥덩이를 목구멍에 쑤셔넣어 보기도, 포르말린 냄새 지독한 수돗물을 꿀꺽꿀꺽 삼켜 보기도 했었으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늘 즐겨먹는 등 푸른 생선의 굵지도 못한, 삼켜지리라 쉽게 속았던 그런 삶의 거스러미들


늘 생선가시가 되어 목구멍에 턱 자리잡은 것들이
마른기침이나
마른 밥덩이나
혹은 소독되지 못한 수돗물로도
삼켜지지 못하고 숱한 잔뼈들로 자라나
흰피톨을 돌고 돌아도 배설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과, 어이없음과, 부질없음의 이름으로도 기꺼이 자라난
체절마다 박힌 어리석은 나의 가시목들
                                                            
      
                                                                                                                                2007-08-0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영문 수필 Media and Politics 이월란 2010.12.14 175046
1650 영시 A Full Belly 이월란 2016.08.16 172788
1649 영시 E.R. God 이월란 2016.08.16 104248
1648 영시 A Tribe of Amen 이월란 2016.08.16 102651
1647 영문 수필 "A Call to Action: Turning Oppression into Opportunity" 이월란 2011.05.10 96267
1646 영문 수필 Stress and Coping 이월란 2011.07.26 78215
1645 영시 Persona 이월란 2016.08.16 77751
1644 영시 GI Bride 이월란 2016.08.16 76517
1643 영문 수필 Empathy Exercise 이월란 2011.07.26 76184
1642 영시 House for Sale 1 이월란 2016.08.16 71907
1641 영시집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이월란 2011.05.10 71549
1640 영문 수필 Go Through Disability 이월란 2013.05.24 46343
1639 영문 수필 Love in the Humanities College of Humanities 이월란 2014.05.28 40109
1638 영문 수필 Interview Paper 이월란 2014.05.28 39828
1637 영문 수필 IN RESPONSE TO EXECUTIVE ORDER 9066 이월란 2013.05.24 36902
1636 영시 Fall Revolution 이월란 2016.08.16 36262
1635 영문 수필 Blended Nation 이월란 2013.05.24 26349
1634 영시 The Time of the Cemetery 이월란 2016.08.16 25306
1633 영문 수필 Nation, Language, and the Ethics of Translation 이월란 2014.05.28 25019
1632 영문 수필 Nonverbal Effectiveness 이월란 2011.07.26 2426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