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92
어제:
286
전체:
5,023,581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0

행복한 무기수

조회 수 287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행복한 무기수


                                                     이 월란




John Prim 목사님은 사시나무 떨 듯
지팡이 든 노파의 흉내를 내시며 우리의 몸이
조각조각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표현을 쓰셨다
흥건히 숨쉬고 있는 나의 몸은 지금, 와그르르
헐어져 내리고 있는가
비늘구름 흩어지듯, 조각이불처럼 촘촘이 엮어진
모세관들은 하나 둘 손을 놓고 있는가
여기 저기 만져본다
단단하던 힘살이 물컹히 헐거워지고 있다
무너져내릴 성곽을 지으라 허락해 준 이는 누구인가
도시는 무너지고 있다
100년도 견디지 못하고 헐어버릴
건축허가를 내어 준 이는 어디에 있는가
공중누각같은 육신의 성(城)은 신기루였나
기소자는 누구인가
우리들의 죄목은 대체 무엇이었나
아담과 이브가 심어 놓은 연좌제의 희생양이었나
완전범죄를 폭로한 증거는 충분한가
승소의 희망은 없다
판사는 배심원들의 결의도 없이 형을 내렸다
제일심에 패소했고 항소는 기각되었다
피고들의 유죄는 세상에 선포된지 오래다
속죄금은 평생의 노역으로도 불충분하다
종신의 형을 선고 받고도 발이 부르트도록
무너질 성채를 쌓아 올리고 있는 우리는
아름다운 호해(湖海)에 띄워진 수옥(水獄)의
행-복-한 무-기-수

                                
                                                    2007-08-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