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9
어제:
298
전체:
5,024,026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1

붉어져가는 기억들

조회 수 294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 월란




1

가슴에 손을 넣고
호면(湖面)에 물비늘처럼 떠도는 언어들을 만져본다
건지려다 날 세운 언어에 가슴이 베인다
건져내어지지 못한 언어는 현실과 꿈 사이에 성(城)을 쌓고
성 밖에서 서성이는 자폐증의 아희가 되어간다
붉은 피 흥건히 배어난 기억의 붕대는 술술 풀어지고


2

어린시절 엄마가 담궈 놓은 생리혈 가득한 양동이를 보며
저런 붉은 피를 매일 쏟아내고도 엄마의 얼굴은 눈처럼 희고 눈부셔
사람들이 참으로 모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편집해서 놓아둔 것 같던 후미진 삶의 단상
그 알싸하게 젖어오던 삶의 피비린내
붉은 개짐은 하얗게 표백되어가고
하늘 모퉁이는 양동이의 물을 퍼부은 듯 붉어져가고 있었다


3

살아있는 것들의 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하늘은 혈관 밖으로 본정(本情)을 드러내고
슴베에 찔린 듯 기억의 거즈를 감고
홀로 붉어졌다 희어졌다
낙양(落陽) 아래 심지 없이도
저토록 서러이 타오르고

                                              
                                                                     2007-08-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1 달팽이의 하루 2 이월란 2015.09.20 376
590 맹인을 가이드하는 정신박약자 이월란 2008.05.09 377
589 마작돌 이월란 2008.05.09 377
588 입양천국 이월란 2010.01.23 377
587 소통왕국 이월란 2010.02.15 377
586 I-대란 이월란 2010.04.27 377
585 오타사죄 이월란 2010.06.07 377
584 견공 시리즈 화풀이(견공시리즈 76) 이월란 2010.07.09 377
583 밤섬 이월란 2011.03.18 377
582 제1시집 바람의 길 이월란 2008.05.09 378
581 빈가방 이월란 2008.05.10 378
580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579 백지 사막 이월란 2009.11.03 378
578 유리기둥 이월란 2008.05.09 379
577 견공 시리즈 기묘한 족보(견공시리즈 34) 이월란 2009.09.29 379
576 나의 詩 이월란 2010.02.15 379
575 뒷모습 이월란 2008.05.09 380
574 제2시집 가을나목 이월란 2008.05.10 380
573 제3시집 詩人과 是認 그리고 矢人 이월란 2010.01.11 380
572 제3시집 그 순간이 다시 온다면 이월란 2010.02.28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