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9
어제:
265
전체:
5,022,473

이달의 작가
2008.05.10 08:01

붉어져가는 기억들

조회 수 294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 월란




1

가슴에 손을 넣고
호면(湖面)에 물비늘처럼 떠도는 언어들을 만져본다
건지려다 날 세운 언어에 가슴이 베인다
건져내어지지 못한 언어는 현실과 꿈 사이에 성(城)을 쌓고
성 밖에서 서성이는 자폐증의 아희가 되어간다
붉은 피 흥건히 배어난 기억의 붕대는 술술 풀어지고


2

어린시절 엄마가 담궈 놓은 생리혈 가득한 양동이를 보며
저런 붉은 피를 매일 쏟아내고도 엄마의 얼굴은 눈처럼 희고 눈부셔
사람들이 참으로 모질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편집해서 놓아둔 것 같던 후미진 삶의 단상
그 알싸하게 젖어오던 삶의 피비린내
붉은 개짐은 하얗게 표백되어가고
하늘 모퉁이는 양동이의 물을 퍼부은 듯 붉어져가고 있었다


3

살아있는 것들의 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하늘은 혈관 밖으로 본정(本情)을 드러내고
슴베에 찔린 듯 기억의 거즈를 감고
홀로 붉어졌다 희어졌다
낙양(落陽) 아래 심지 없이도
저토록 서러이 타오르고

                                              
                                                                     2007-08-1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1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295
590 좋은 글 이월란 2008.05.09 295
589 볼링장 이월란 2012.01.17 294
588 길치 이월란 2009.12.15 294
587 우렁각시 이월란 2009.07.27 294
586 허물벗기 이월란 2009.04.05 294
585 달거리 이월란 2009.01.31 294
584 I LOVE YOU 이월란 2009.01.27 294
583 해바라기밭 이월란 2008.05.10 294
»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294
581 제1시집 중신(中身)의 세월 이월란 2008.05.09 294
580 제1시집 플라네타륨의 꽃 이월란 2008.05.09 294
579 견공 시리즈 오역(견공시리즈 108) 이월란 2011.07.26 293
578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577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576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293
575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293
574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293
573 눈물 축제 이월란 2009.10.24 292
572 견공 시리즈 개같은2(견공시리즈 42) 이월란 2009.10.14 292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