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286
전체:
5,023,510

이달의 작가
조회 수 323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 월란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빈궁한 부락에 태반(胎盤)같은 성(城) 하나 쌓아가는 것
인비늘 뽀얗게 쌓인 망각의 거친 땅을 일구어
기억의 나무를 심고 서로의 나이테가 고리를 물면
너의 나이를 내가 먹고, 나의 나이를 네가 먹는 것


성벽 에두른 담쟁이 넝쿨이 되어 서로를 타고 오르는 것
잎맥이 맞닿아 들숨과 날숨으로 서로를 호흡해도
서로의 안에 살아지지 않아 자꾸만 숨이 가빠오는 것
머문 듯 떠 다니는 발은 땅에 닿지도 못해
내리고 또 내려 두 발 사이로 애간마저 녹아내리고


정처없는 불립문자의 유랑으로
돌아서면 기억세포마저 건망으로 허물어져
끊임없이 다시 돌아가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
만져도 만져도 만져지지 않아 서로의 홍역을 대신 앓다
마음 끝에라도 붉은 발진 피워내는 눈비음 같은 것


폐농의 벌판같은 황량함 맨정신으로 삼켜도 삼켜지지 않아
풋살구 깨문 입안에 침 고이듯
수척한 등롱 흔들어대는 눈물만 흥건해지는 것


서로의 허파가 되어 떠다니는 신비한 부유(浮遊)
그 눈부신 쓰라림

                                        
                                                          2007-08-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1 영시집 A hunch 이월란 2010.05.02 471
1410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409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1408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1407 영시집 Rapture 이월란 2010.04.05 469
1406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140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404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1403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402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1401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1400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1399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398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1397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64
139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395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1394 마지막 키스 이월란 2010.06.28 462
1393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1392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