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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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8:09

철새는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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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는 날아가고


                                                                    이 월란




이제 땅에선 슬픈 냄새가 나기 시작해
우리들의 몸 속엔 더 이상 눈물이 없어, 날아가자
무어인의 도래지로
자, 지는 해와 떠오르는 해를 구별할 수 있겠니
두 눈의 레이더는 별빛을 감지할 수 있겠니
너의 몸 구석구석에 숨겨진 생체시계를 이제 돌릴 시간이야
물려받은 자기장으로 실바람도, 파도소리도 주파수를 읽어내야 한단다
인도자는 없어, 강변의 갈대밭이 스멀스멀 안개로 뒤덮인대도
볏짚 이엉 쓴 토담이 폭풍 속에 쓰러진대도
우린 등대나 고층건물에 부딪히면 안되지
가슴 속에 새겨진 나침반을 읽는거야
실핏줄 속에 흐르는 냄새를 새겨내는거야
네 마음의 수신기로 비행방향을 잡는거야
저 붉은가슴도요새를 봐
저렇게 멀리 갈 수 있어야 한단다
저 망망한 바다를 지나는거야, 저 외진 섬을 돌려 세우는거야
무리를 지어, 혼자선 못가는 길이야
검은 양떼구름처럼 저 하늘자락을 붙들고 우린 가는거야
부리를 내어 환희의 계절을 물자
텃새들의 묘지를 지나 꿈의 축제를 치르자
지친 날개가 뒤를 돌아보게 해서도 안돼
삼킨 것은 바람 뿐이어도 무정한 허공엔 생명의 씨앗을 뿌리자
따라오라는 언질 한마디 없는 빈손짓이 석양마저 물들이면
한줌 육신의 냉기를 안고 온기 한줌으로 최면을 걸어
분분이 엉긴 시름을 날리며 빈하늘의 길을 열자
비정한 길을 지우며 유복한 우리들의 영토로 날아가자
저 무한대의 나라로
너와 나의 동공 안에서

                                                  
                                                                     2007-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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