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0 08:21

그대여

조회 수 615 추천 수 2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대여


                                                   이 월란




그대여
우리 언제 마주보며 서로를 얘기할 수 있나
황망히 휩쓸고 간 그 바람같은 것들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나
얼굴 파묻어 두 눈에 숨긴 붉은 하늘의 통증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머문 적도, 떠난 적도 없는 허공의 자리
닿을 수 없는 구릉 위에서 피고 지던 꽃들이
폭염에 나뒹굴던 그 고뇌의 땀방울들이
방향 잃은 두 발 아래 쌓이던 갈잎들이
홀로 걷는 어깨 위에 흔적 없이 녹아내리던 옥설들이
모두 나의 삼켜버린 울먹임이었다고
어떻게 다 말 해 줄 수 있나


누군가 자꾸만 등을 떠밀어
멀리 멀리 가라던
한없이 먼 길을 가라던
그 설움 속에 누군가 오롯이 서 있다
하얀 백지로 놓여 나의 시를 받아 적던 것이
바로 당신의 가슴이었음을


표류한 듯 멈춘 이 자리
마른 땅 배회하는 걸음마다
제웅처럼 서 있던
당신, 여기 저기 꽃피었음을


한순간 내 안에서 걸어나온 이
그 작은 어깨로 세상을 다 짊어지고 떠나버리던
느리게 왔다 서둘러 가는 것들이
짐처럼 부려놓은 가슴 어느 구석쯤의 거처
파열음 하나 없이 저 하늘 부서져내린 그 자리
나 이제 눈 뜨고 지나칠 수 없음을


내 심장의 호적에 핏빛으로 줄 그인
영원한 동명이인이었음을
후사경에 영구히 새겨진 사막의 해안선같은 이였음을
내 눈물의 루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이었음을


어떻게 다 말해 줄 수 있나
                                
                                               2007-8-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7 별 2 이월란 2008.05.10 390
1456 별리(別離) 이월란 2008.05.10 521
1455 행복한 무기수 이월란 2008.05.10 408
1454 붉어져가는 기억들 이월란 2008.05.10 417
1453 너에게 갇혀서 이월란 2008.05.10 437
1452 기다림에 대하여 이월란 2008.05.10 386
1451 가을이 오면 이월란 2008.05.10 428
1450 꽃그늘 이월란 2008.05.10 383
1449 서로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은 이월란 2008.05.10 449
1448 운명에게 이월란 2008.05.10 422
1447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406
1446 어떤 하루 이월란 2008.05.10 397
1445 파도 2 이월란 2008.05.10 401
1444 세월도 때론 이월란 2008.05.10 410
» 그대여 이월란 2008.05.10 615
1442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월란 2008.05.10 611
1441 미라 (mirra) 이월란 2008.05.10 406
1440 사실과 진실의 간극 이월란 2008.05.10 422
1439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월란 2008.05.10 449
1438 제2시집 가을짐승 이월란 2008.05.10 604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