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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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08:32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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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이 월란




그의 뒷모습은 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발자국은 그렇지 못하다. 발자국 하나가 감쪽같이 없어져 버릴 때도, 두 발자국의 크기가 어이없이 다를 때도, 아예 포개어져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을 때도 허다하다. 지나간 자국의 상식적인 크기와 깊이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건강상 이롭다. 거짓으로 판명이 나버린 그의 모든 종적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세상이 그렇게 만들었단다. 이상한 그의 뒷모습은 이상한 나라에서 걸어나왔기 때문일까.


그가 먼저 이상해진걸까, 세상이 먼저 이상해진걸까
그가 피해자일까, 세상이 피해자일까
데이지꽃으로 만든 화환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되어
시계를 꺼내어보던 분홍 눈빛의 흰토끼를 따라가볼까
그럼 내가 흘린 눈물의 파도를 타고
저 거친 세상의 열쇠구멍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파도치는 바닷가를 달리면서도 젖은 몸을 말릴 수 있을까
놓쳐버린 흰토끼를 다시 찾아 그 이상한 나라를 빠져나올 수 있을까


서글프고도 위대한 나의 착각은, 그는 백보를 갔지만 난 오십보를 갔을 뿐
한 길에 놓여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생의 진창이었음을......


어느 동물원의 마지막 우리엔 이런 팻말의 거울이 붙어있다던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
나의 얼굴이 비춰진 거울 속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는 내가
섬뜩, 무섭다


그 이상한 나라의 현재진행형의 역사책을 펼치고
굳이 알고 싶지도, 몰라도 그만인 나의 두 발은
스컹크의 항문샘에서 발사되는 황금색 물총으로
악취가 간간이 흩날리는 그 이상한 나라로
자꾸만 걸어들어가고 있다
                                                  
                                                                                                                                                                                                     200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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