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7
어제:
179
전체:
5,027,809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25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1 영문 수필 Words That Shook the World 이월란 2010.06.28 391
1370 영시집 Wuthering Heights 이월란 2012.02.05 352
1369 영시 Yearning 이월란 2016.08.16 51
1368 영시 Yoga 1 이월란 2016.08.16 2482
1367 영문 수필 YOGA: Wake Up My Body 이월란 2010.12.14 417
1366 영문 수필 “Borderlands and Identities” 이월란 2014.05.28 175
1365 영문 수필 “Farmingville” 이월란 2012.08.17 18710
1364 영문 수필 “Savage Inequalities” 이월란 2012.08.17 212
1363 영문 수필 “Shakespeare in the Bush” 이월란 2013.05.24 110
1362 山人, 船人, 그리고 詩人 이월란 2010.05.21 503
1361 死語 이월란 2009.10.01 290
1360 이월란 2008.06.20 195
1359 生의 가녘 이월란 2008.05.10 261
1358 견공 시리즈 神과 나 그리고 토비(견공시리즈 8) 이월란 2009.07.27 289
1357 견공 시리즈 種의 기원(견공시리즈 71) 이월란 2010.06.18 422
1356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1355 이월란 2008.05.10 271
1354 이월란 2011.05.10 257
1353 詩 2 이월란 2008.05.10 290
1352 詩 5 이월란 2009.12.15 277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