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49
어제:
183
전체:
5,021,333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25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꿈속의 꿈 이월란 2012.04.10 555
270 꽃담배 이월란 2012.04.10 457
269 영문 수필 Disabilities in History 이월란 2012.05.19 203
268 영문 수필 The Allegory of the Matrix 이월란 2012.05.19 168
267 견공 시리즈 젖내(견공시리즈 122) 이월란 2012.05.19 343
266 견공 시리즈 Rent-A-Dog (견공시리즈 123) 이월란 2012.05.19 352
265 말하는 옷 이월란 2012.05.19 263
264 초보운전 이월란 2012.05.19 373
263 쇠독 이월란 2012.05.19 579
262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261 유혹 이월란 2012.05.19 265
260 제3국어 이월란 2012.05.19 270
259 추격자 이월란 2012.05.19 309
258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257 제3시집 변경 이월란 2012.05.19 324
256 영시 Toby’s Words 이월란 2012.08.17 387
255 영문 수필 A Few Fragmentary Thoughts 이월란 2012.08.17 251
254 영문 수필 “Farmingville” 이월란 2012.08.17 18688
253 영문 수필 Why Joe Became a Criminal? 이월란 2012.08.17 19357
252 영문 수필 “Savage Inequalities” 이월란 2012.08.17 211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