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45
어제:
286
전체:
5,023,534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08:34

가을짐승

조회 수 251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 짐승


                                                         이 월란




귀소본능에 충실한 가을 짐승 한 마리
하면(夏眠)에서 깨어나 어슬렁 어슬렁 우리로 돌아 온다
외진 가슴의 서식처에 둥지를 틀면
약삭빠른 것들이 잇속을 따라 애바르게 빠져나간 곳에
약속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곳에
폐교된 운동장을 방향 없이 휩쓸고 다닐 낙엽을 낳고
발길에 채인 넋을 사료처럼 먹고 자라는 짐승
가을은 왜 네발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우우우우우 오고 있나
호명되지 못할 설움 다비(茶毘)에 부치고도
고개드는 기진한 한줄기 소망
--이쯤에서 날 그만 놓아주렴--
폐허의 무게는 살찐 네발 짐승의 몸집으로 짓누르고
기억 저편에서 낯선 기적이 울면
빛의 그물 소리없이 걷어내어지는 소상(素商)의 늪
비릿하게 날아오는 익명의 향기아래
설컹대는 설익은 가슴 무시로 미어지는
어느 한 저녁엔 날 잡아 실컷 울어보아도 될 일
뜨거운 세월을 관통한 가을의 불화살
저 산허리를 이유도 없이 지져놓을 것을

                                    
                                                        2007-08-2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1 영시집 A hunch 이월란 2010.05.02 471
1410 치병(治病) 이월란 2008.05.07 471
1409 날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이월란 2011.05.31 470
1408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1407 영시집 Rapture 이월란 2010.04.05 469
1406 당신에게선 물 흐르는 소리가 나요 이월란 2009.12.20 468
140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1404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월란 2010.03.22 466
1403 치과에서 이월란 2009.12.31 466
1402 상상임신 3 이월란 2010.04.23 465
1401 하늘 주유소 이월란 2011.12.14 464
1400 사랑을 달아보다 이월란 2011.10.24 464
1399 어릴 때 나는 이월란 2011.05.10 464
1398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1397 호텔 YMCA, 채널1 이월란 2010.05.25 464
1396 이별을 파는 사람들 이월란 2008.05.08 464
1395 바람개비 이월란 2010.08.22 463
1394 마지막 키스 이월란 2010.06.28 462
1393 오줌 싸던 날 이월란 2009.01.16 462
1392 제3시집 당신을 읽다 이월란 2014.05.28 461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