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
어제:
213
전체:
5,027,540

이달의 작가
2008.05.10 08:56

바람의 길 3

조회 수 264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3


                                                                  이 월란



누구를 잡으러 가나, 무엇을 낚으러 가나
어느 무심한 가지를 흔들어 연명하는 푸른 잎의 목을 치러 가나
누구의 가슴에 터를 헐어 붉은 기억의 집을 지으러 가나
먼지처럼 쌓인 기억의 거주지를 이제, 마저 옮기러 가나
가벼운 것들의 가벼운 안주를
가벼운 것들의 가벼운 선택을 저리도 닦달하고 싶었을까
입구도, 출구도 없이 질주하다 자폭해 버리는 바람의 미로는
바지랑대를 넘어뜨리고도 덧씌워진 올가미 마저 벗으려
넋들의 어귀에서 깃털처럼 배회하는 펄럭이는 만장처럼
*달과 6펜스 사이를 왕래하는 난해한 언어들을 삼키고
마비된 시선을 풀어 영혼의 소음을 분리수거하며
머물지 못하는 영역을 아낌없이 방생하는 길
날개 달린 상반신은 꽃 달린 계절을 잉태하고
굴레미 달린 하반신은 명운(命運)을 뒤섞어
맹목을 살충하며
피안으로 날아가는 명분을 찾아가는 길
구실 없이 배회하는 허공의 써레질에 풍경만 흔들리고
허공 삼키는 목젖마저 쓰린데
서둘러 피신하는 소란스러움은 젖지도 못하고
빗줄기마저 휘어 놓고 잠적해버리는 바람의 행보는
불온삐라처럼 뿌려지는 스산함의 목록들이었나
승인 받지 못한 참회의 기록들이었나
부치지도 못하고 바래져버린 저 해묵은 편지들이었나
                                            
                                                                  2007-09-06



* 달과 6펜스 : 서머셋 모옴(Maugham, William Somerset)의 소설 제목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1 거울 속 페로몬 이월란 2009.03.21 332
1290 견공 시리즈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이월란 2009.09.12 326
1289 걱정인형 이월란 2009.12.03 357
1288 걸어다니는 옷 이월란 2008.05.10 272
1287 걸어오는 사진 이월란 2009.01.13 342
1286 겨울 갈치 이월란 2009.08.29 601
1285 견공 시리즈 겨울나기(견공시리즈 32) 이월란 2009.09.23 321
1284 겨울비 이월란 2011.03.18 434
1283 겨울새 이월란 2008.05.10 276
1282 겨울약속 이월란 2008.05.08 362
1281 격자무늬 선반 이월란 2008.05.27 341
1280 견공 시리즈 견공들의 인사법(견공시리즈 67) 이월란 2010.06.07 431
1279 견공 시리즈 견공은 결코 웃지 않으신다(견공시리즈 6) 이월란 2009.06.10 342
1278 견공 시리즈 견생무상 (견공시리즈 118) 이월란 2012.04.10 339
1277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37
1276 경계인 2 이월란 2009.06.01 366
1275 제3시집 경매 이월란 2015.03.30 184
1274 고래와 창녀 이월란 2010.01.29 573
1273 고문(拷問) 이월란 2008.05.08 539
1272 제1시집 고백 이월란 2008.05.09 318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