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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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이 월란




낯익은 골목길로 꺾어지는 핸들
2차선 넓이의 골목에 차들이 주차장을 이루었다
가로수들은 말이 없는데
기억 속의 어망에 펄떡, 덩이진 아픔이 솟구친다


옛동네, 옆집에 살던 13살 먹은 제임스라는 남자아이
아버지 친구의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기 시작했고
휴일 아침, 집을 나선 아인 시체로 돌아왔다
하늘 가까이에서 조종하던 아버지 친구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듯


다니러 오셨던 나의 친정엄마는 새벽 운동 중에
동양아이처럼 예의 바르다고 늘 이뻐하셨던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셨단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날, 그렇게 들어섰던 골목길에도, 오늘처럼 이렇게
수많은 차들이 빼곡히 골목을 메우고 있었으니까


골목에 차들이 많은 날은
어느 집의 파티이거나, 중요한 풋볼게임이 있는 날이거나
보통 즐거운 소음이 동반된 그런 날들이지만
내겐 유독, 콧잔등에 주근깨가 귀여웠던 제임스의 얼굴이 떠오르는 날이다


만두를 빚어간 내게 발갛게 부은 눈웃음으로 아들아이의 앨범을
건네주던 그의 엄마, 저렇게 침착할 수가......


그 아인 하늘을 날기 위해 간 것일까, 인사 한마디 없이
엄마는 새벽운동을 마치고 환하게 걸어오시고
주일예배를 마치고 돌아오는 골목은
그렇게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저공의 하늘 아래, 병목들은 새 계절을 맞으며 여전히 말이 없고
오늘
골목엔 유실물같은 차들이 꽉 들어차 있다

                                              
                                                                    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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