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0
어제:
184
전체:
5,020,795

이달의 작가
2008.05.10 09:21

흐린 날

조회 수 296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흐린 날


                                                                                                                이 월란




문을 나섰다. 날이 흐리다. 온 세상이 엎드려 울먹이고 있나. 무엇인가 지워지고 있을까. 무엇인가 손상되고 있을까. 무엇인가 더럽혀지고 있을까. 초가을 유타는 열병으로 석달을 못 채운 만년설 다시 부르고, 저 높은 흰 눈 속엔 초근목피의 생약같은 아라한들의 발자국 있을 것 같아. 지는 단풍보다 성긴 눈 지상으로 먼저 내려와도 길들은 환하게 제 몸을 열겠지. 그럼 난 온종일 눈밭을 걸어야지. 그래야지. 준비 없이도 소리 없이 눈 맞은, 저 범상치 않은 길 속으로. 해갈을 꿈꾸던 내 안에 사막 한 뼘씩 자라고 있다고, 날빛 아래서도 난 이제 나를 믿지 않기로 했는데. 누렇게 진 잎 위에 정신 놓듯 슬쩍 놓고 온 저것들을...... 흐린 날 문을 열고 나서는건 말줄임표로 걸어가는 것...... 이렇게...... 여섯 개의 점......으로


                                       2007-09-2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11
30 회유(回游) 이월란 2008.05.09 313
29 회향(懷鄕) 이월란 2008.05.09 299
28 횟집 어항 속에서 이월란 2008.10.07 570
27 횡설수설 악플러-----영혼말이 이월란 2008.11.18 193
26 견공 시리즈 휘파람(견공시리즈 43) 이월란 2009.10.14 458
25 휠체어와 방정식 이월란 2010.03.15 467
24 제2시집 휴거 이월란 2008.05.12 246
23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22 흐르는 뼈 이월란 2008.12.09 302
21 흐르는 섬 이월란 2009.01.15 278
»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19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8
18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7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5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4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3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